1. 영화 내용 : 해독 불가 암호를 해독한 천재 수학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나치의 절대 해독 불가한 암호 '에니그마'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에 연합군은 승리를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에니그마를 해독하고자 합니다. 그 방편으로 각 분야의 수재들을 모으고, 기밀 프로젝트 암호 해독팀을 가동합니다. 해독팀은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가져오지 못 합니다. 에니그마는 24시간 바뀌는 완벽한 암호 체계이고, 해독의 실마리 또한 24시간 마다 바뀌기 때문입니다. 해독팀의 부진한 성과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앨런 튜링은 인간의 머리가 아닌 기계의 머리를 사용해야 에니그마를 해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기계를 설계하고 만들어 나갑니다. 앨런은 본인의 생각을 담은 편지를 대통령에게 보내고, 대통령으로부터 해독팀의 전권을 받게 됩니다. 해독팀의 팀장이 된 앨런은 먼저 무능한 직원 둘을 해고하고, 새로운 동료이자 든든한 조력자인 조안을 채용합니다. 조안의 합류와 함께 에니그마 해독 기계는 문제없이 제작되어 갔지만, 2년의 세월과 90억 상당의 자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의 성과가 없어 팀이 해체될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고민을 거듭하던 앨런은 교환원으로부터 기계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실마리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앨런은 해당 실마리를 통해서 에니그마를 해독하고, 연합군은 이를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합니다.
2. 주인공 : 천재 수학자의 비극적 운명
앨런 튜링은 1912년 영국 런던의 마이다베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에 뛰어났으며 미적분의 기초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난해한 수학 문제를 푸는 탁월함을 보였습니다. 이후 1931년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진학한 뒤 수학을 전공하여 우등으로 졸업하였고, 중심극한정리에 관한 학사학위 논문을 인정받아 1935년 킹스칼리지의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엘런은 전산학의 이론적 기초를 세운 알론조 처치를 지도교수 밑에서 하이퍼 계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정부암호학교에서 암호해독반 수학팀장으로 일하면서 에니그마를 해독하는데 큰 공헌을 합니다. 이때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을 받게 됩니다. 전후에는 런던 햄턴의 국립물리학연구소에서 자동계산장치 설계 작업에 참여하여, 1946년 프로그램 내장식 컴퓨터를 설계합니다. 1950년에는 계산기계와 지성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현재 튜링테스트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실험을 제안하였고, 1951년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되었습니다. 동성애자였던 앨런은 1952년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했던 형법 체계 하에서 외설 혐의로 고발되어 화학적 거세를 선고 받고, 여성 호르몬을 복용하다가 1954년 청사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3. 총평 : 이동진 평론가의 글 참조
이 영화는 실존했던 인물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과 그런 인물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합니다. "당신이 평범하지 않기에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된 거예요"라는 극중 대사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진정으로 남기고 싶었던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엔딩에서의 이례적으로 긴 후일담 자막을 보면 앨런 튜링의 업적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감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매우 효과적일 수 있는 그의 말년에 대해서도 매우 정제된 방식으로 표현하여 크게 부각시키지 않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천재에 대한 전형적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융통성과 사교성이 없고 고지식하며 고독한 천재상을 시종일관 보여주고,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고통받는 어린시절과 불시에 문제를 해결해내는 결말의 묘사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여기서 인물의 거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초라한 대접을 받을 때 역설적으로 그의 위대함이 강화됩니다. 다시 말해 세상과의 불화를 천재 신화 구석구석에 심어놓고 집중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인해 영화 자체가 다소 관습적이면서 무디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에 강한 이끌림이 제대로 살아 있어서 큰 감동을 줍니다. 이와 같은 이끌림은 상당 부분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에서 나옵니다. 그는 주인공의 탁월한 지성보다 인간관계에 서툰 면모나 비극적 표현에 집중하여 정서적으로 풍부한 울림을 전달합니다.